소원을 한껏 안고 부푼 맘으로 마주한 생일 저녁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 크리스마스이브의 부쉬 드 노엘. 맞잡은 두 손, 그리고 축복처럼 새하얗게 빛나던 웨딩 케이크.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당신을 생각하며 구웠던 내 생애 첫 가토 쇼콜라... 떠올려보면 특별했다고 기억되는 소중한 날들의 추억 속엔, 케이크가 자주 상징처럼 놓여있다. 마치 그것이 있어 비로소 그 특별함이 완성되었던 것처럼.
반드시 어떤 기념일이 아니어도 좋다. 이를 테면 일종의 촉매제 같은 것이다. 일상에 더해진 완벽한 케이크 한 상자는, 달력의 수많은 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던 보통의 하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행복이 퍼진다 라는 문장의 온도를 체감하게 하는 마법 같은 힘.
여기, 3년동안 제대로 가꾼 재료들과 향기로운 크림을 써서 정성스레 잘 구워진 케이크 하나가 당신 앞으로 배달되었다. 생활의 반짝임을 낚아 달콤하게 녹여 낸 이야기들. 밴드 소란(SORAN)이 선사하는 [CAKE]다.
참으로 예리하고 세심한 남자들이다. 너에게만 집중한 끝에 나만 아는 너의 매력을 캐치 해 낼 줄 알고, 누군가는 그저 스쳐 보내버린 일상 속 영롱한 찰나들을 순간 포착처럼 담아낼 줄 안다. 세심한 관찰자의 매력을 잔뜩 지닌, 그리고 그것을 음악으로 솜씨 좋게 표현해 낼 줄 아는 감각 있는 밴드.
소란의 사랑 이야기는, 늘 꽤 노련하다. 돌려 말하지 않는 담백한 마음, 거기에 귀여운 유머로 양념 된 가사가 탄탄한 연주를 바탕으로 한 세련된 사운드 위에 얹혀, 듣는 이로 하여금 당장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도록 설득하는 힘을 발한다.
미끈하고 자유롭게 여러 장르의 경계를 드나드는 특유의 경향은 더욱 세졌지만, 기본이 탄탄한 밴드 사운드를 베이스로 둠에는 변함이 없다. 여러 곡에서 보여지는 일반 가요에 더 가까운 것 같은 멜로디라인과 리듬을 통해, "자꾸 생각나"(2015)를 기점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소란식 팝 의 느낌이 말쑥히 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하고 폭 넓은 장르의 수용과 대담한 시도를 통한 음악적 확장 및 성장, 동시에 활동영역의 확대 가능성에 대한 시사이기도 하여 앞으로 소란의 활동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여주는 반가운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을 너끈히 지탱할 만큼의 즐거운 무언가가 지금 당장 발생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일탈을 장래희망처럼 소망하며 시간을 흘려 보내던 지루한 생활. 컬러풀한 꿈을 꾸고 일어난 개운한 아침이 대체 언제였던가. 그리고 바로 오늘,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부터 도착한 사랑스러운 케이크. 그 위에 초를 꽂고 의미를 담아 하나하나 밝혀 보는 설레는 경험. 당신의 보통 시간을 이벤트로 바꾸어 줄 행복한 케이크 상자를, 지금 개봉할 시간이다.
소란이 당신에게 보내 온 이 [CAKE]가, 당신의 일상을 전에 없던 기념일로 새로이 기록하게 해 줄 달콤한 신호가 되어 줄 것이다. Pick up your fork!